중국 동포 설교, 어떻게 해야 하나?

-2015년 4월호

한 교인의 말이 생각난다. “모택동 주석께서 돌아가시는 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부모를 잃었을 때와는 또 다른 허무함과 막막함을 경험했습니다.” 그 교인의 심경 토로를 통해 필자는 모택동 주석이 중국 국민들에게 우상이었고 중국이 ‘신앙은 하나’라는 공산당 사상에 철저히 뿌리박혀 있음을 새삼 알게 됐다.
공산당에 목숨 바쳐 충성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중국 동포들을 보면서 공산당과 다른 신앙인 복음을 교체해서 믿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사역의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택동 주석이 서거하고 중국 사회가 변하면서 많은 중국 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한국이라는 낯선 세계에서 세계관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토니 윌리스(Anthony F. Wallace)는 세계관의 변혁 과정을 세 과정으로 나눠 설명한다. 기존 세계관의 안정 시기, 위기 시기, 새로운 세계관으로 인한 안정 시기가 그것이다. 이것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기존의 안정 시기, 개개인의 스트레스, 문화적 이탈, 혁신의 시기, 새로운 안전시기’인데 개개인의 스트레스 시기와 문화 이탈 시기일 때 복음의 수용이 가장 높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의 중국 동포들은 한국행으로 인한 스트레스 시기와 문화 이탈 시기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세계관의 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자는 ‘가장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말고 혼란스런 세계관을 하나님의 세계관, 복음의 진리 위에 세워진 신앙관에 입각한 세계관으로 변화되게 하자’는 각오로, 같은 핏줄이지만 함께하지 못한 오랜 시간으로 모든 상황이 달라진 중국 동포들에게 매주일 설교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동포들이 점차 변화됐고 신앙이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15년이란 짧지 않은 사역 기간에 1만 6000여 명이 등록했고 그중 상당수가 제자로 변화됐다. 105개의 교구를 맡아 섬기는 교구장, 예배를 돕고 교회를 돕는 사역팀들, 그리고 이외에도 눈물로 기도하며 영혼들을 섬기는 수많은 제자들과 고향으로 돌아가 교회를 개척하며 평신도 선교사로 섬기는 이들까지 생겼다. 목회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동포라는 청중에게, ‘무엇을 어떻게’설교했는지,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설교 철학 세우기
첫째로, 필자는 설교 사역을 통해 복음의 본질에 입각한 변화를 추구한다. 특히 세계관을 변화, 신분의 변화, 전인적 영성으로의 변화를 설교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유물사관, 공산당 사상 등 특별한 사상과 이념에 젖어 있는 중국 동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교인들에게 세상 만물과 인생의 진리를 보는 시간의 변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복음이라는 진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중국 동포들이 갖고 있는 기독교, 복음에 대한 편견을 버리도록 접근했다. 또 신분의 변화, 성숙한 신앙인으로의 변화에 중점을 두며 설교했다. 구체적으로는 보이는 물질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하며 유물사관에 입각한 현세적 세계관에서 탈피해 우리가 영원히 살 곳은 천국이며 이 땅은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는 진리를 인식하도록 말씀을 선포했다. 또한 창조주 하나님, 섭리하시는 하나님,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해 죄인 된 우리를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믿는 자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시는 복음의 본질을 전해 교인들이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유물사관을 가진 중국 동포들은 신앙생활의 열매를 현실적인 눈에 보이는 것으로 얻고자 하는 경향이 많다. 필자는 설교가 교인들의 이러한 보상 심리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복음의 본질에 대한 설교에 열중한다. 이는 영원한 천국에서 주님을 만나 뵐 때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는 성도,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의 순종을 보여주신 본을 따라 십자가의 복음에 내여 순전함으로 그 길을 따라가는 성도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신앙의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가지며 자신을 날마다 성찰해 내적 변화를 이뤄내는 성숙한 제자가 되도록, 나 중심으로 살아온 세상의 흔적들을 지우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의 변화를 추구하도록,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는 전인적 영성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교한다.
둘째, 교인들의 변화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도록 해야 한다. 설교자들은 설교를 통해 형식적 신앙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일어나는 참된 변화가 교인들에게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은 설교자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마음의 욕구와 생각을 들여다보고 주님 앞에 거룩하고 정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도들의 생활에 관심을 갖고 개인 상담이나 심방을 통해 성도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설교자는 강단 밖 교인들의 영적 상태를 늘 진단하고 알아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적절한 예화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중국 동포들의 다수는 기독교 문화와 동떨어진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성경본문의 말씀과 삶을 연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설교자는 예수님이 비유를 들어 설명하신 것처럼 적절한 예화를 사용해 말씀의 이해를 돕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필자 역시 적절한 예화를 찾기 위해 기도하며 묵상하는 시간이 설교 준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넷째, 성경 본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경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성경 말씀은 살아 있고 날선 검처럼 영과 혼과 관절을 찔러 쪼개기까지 한다. 성경 본문에 충실할 때 교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변화되는 것을 봤다. 따라서 설교는 성경 본문을 충실히 반영하되 이해하기 쉽게 주제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의 다수는 한 주간 힘든 근로 환경에서 노동했기 때문에 심리적 여유가 없고 신체적 에너지도 없다. 따라서 설교자는 한 번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들리는 설교가 되도록 최대한 말씀을 간략하고 단순하게 압축해 여러 번 나눠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내러티브 방법으로 성경 속에 내포된 이야기를 끌어내어 지금, 여기의 교인들이 생활에 연결시킬 수 있는 적용할 것을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어체보다 구어체로 설교하며 외래어를 배제하고 동포들이 이해하기 가장 쉬운 단어를 선택해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섯째,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성도들의 변화는 삶의 변화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설교자는 말씀과 삶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교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제시해 교인들이 말씀을 삶의 현실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설교 사역은 여전히 고민이다. 설교 사역을 하면서 가장 감사한 일은 성도들이 ‘설교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라고 말할 때다. 그렇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변화되며 얼마나 성장하는지는 설교자의 영역이 아니라 주님이 하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주님께서는 필자의 부족한 설교에는 좋은 열매들을 주셔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주일예배에서 천국에 관한 말씀을 선포한 적이 있다. 청중석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며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짐을 느꼈다. 죽음 이후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죽음 이후에 심판과 천국이 있다고 하니 교인들이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설교하면서 필자는 청중 중에 교회 나오기를 꺼려하는 이들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산당에서 간부로 일했던 교인이 필자를 찾아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목사님, 이제 내가 천국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기뻐요.” 불편한 복음이 심중에 역사한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필자는 십자가 사랑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눈물을 참았더니 설교가 되지 않았다. 성령께서 은혜를 편안하게 나누라는 음성을 주셔서 강단에서 마음 놓고 은혜를 표현했다. 예배가 끝나고 한 성도가 다가와서 말한다. “목사님,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그러시죠?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이제 우리가 밥값을 만 원씩 내기로 했으니까 그만 우세요.”
한중사랑교회는 주말에 휴식이 필요한 성도들이 교회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따뜻한 방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이것이 미안했나보다. 필자가 경제가 어려워서 우는 줄 알고 밥값을 내겠다고 나서는 순수한 교인들의 마음과 그 신앙이 아름답다. 따뜻한 마음으로 필자를 위로하는 그 손길에 마음이 한없이 녹아났다.
용서에 대한 예도 있다. 중국 영화를 보면 복수극이 참 많다. 복수 문화에 젖은 중국 동포들은 성경이 말하는 ‘용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복수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동포들 사이에서는 ‘내가 졌다’고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단다. 그래서 내면의 변화와 용서를 설교했다.
어느 집사님이 중국으로 가시면서 말했다. “나는 내 동생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동생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에요. 나는 동생을 죽을 때까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랬던 집사님에게서 편지가 왔다. “제가 중국으로 귀국하는 주간의 주일에 목사님이 용서하라고 설교하셔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한동안 동생을 찾지도 않았는데 이런 모습이 주님 앞에 너무 죄를 짓는 기분이라서 용기를 내어 동생에게 전화해 화해했습니다. 뜻밖에 동생도 저에게 용서를 구했고 서로 울었습니다. 용서하고 나니 이렇게 홀가분하고 동생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네요.”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자격이 없는 죄인인데 지금까지 사용해 주신 하나니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늘 깨어 기도하며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며 부족한 삶을 함께 나누며 중국 동포들과 함께 살아가되 동포들을 향한 애끓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십자가의 사랑을 전하는 자로 이 생명 다하도록 충성할 것이다.

필자정보 - 서영희
한중사랑교회 담임목사. 한국성서대학교대학원(Th.M. 선교학)